No58
글쓴이은자골(eunja)
등록일2003/7/13(일)
[특별기고] 농촌은 도시의 어머니  
[지난 글이지만 마음에 와 닿는 글이라 이상배국회의원 홈피에서 퍼 왔습니다.]
며칠전 정월 대보름이 지났다.
농사력(農事曆)으로 볼 때 설부터 대보름까지는 걸립(乞粒)을 다니면서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다가 이 때를 전후하여 농사일로 접어든다.

예전 같으면 희망과 새로운 목표로 농사일을 시작해야 할 농업인들이 요즘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들판으로 나가는 대신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무엇이 우리 농업인들을 들판 대신 아스팔트 위로 내몰고 있는가.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을 지켜온 농업이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기가 막히는 일이다.

작금의 농업 농촌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 총체적 위기상황이지만, 무엇보다도 당면한 문제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쌀 수매가,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김대중 정권 초부터 농업인들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권말에 기습적으로 타결되어 이제 국회의 비준동의를 남겨놓은 상태다. 또한 쌀 수매가는 사상 유례없이 전년대비 2% 인하하기로 하여 황폐화되고 있는 농업·농촌·농업인들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위원회에서 발표한 농업협상 세부원칙 1차 초안은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하기에 충분하다.

김대중 정권은 농민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제시하고 집권했다. 농가부채는 탕감은커녕 집권 4년 만에 60%나 늘었고, 70만∼8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논농업 직불제 또한 제자리 걸음이다.

농민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한 김대중 정권이지만 농업·농촌·농업인들은 결과적으로 가장 큰 배신을 당했다.

새 정부의 노무현 당선자는 ‘사표 써 놓고 일하라’고 독려했고, ‘임기 중에 쌀 문제는 꼭 해결’ 한다고 장담해왔는데 이번 추곡 수매가 2% 인하는 새 정부의 입김이 스민 것이 아닌가 우려돼 앞날이 더욱 암담하다. 수매가 인하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하면서 고작 800억원짜리 직불제 보완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4월 작년산 추곡수매 국회동의안 처리 때 3천억원이 소요되는 논농업 직불제 단가 인상을 약속하고도 외면했던 이 정권과 이 정권을 계승한 새 정부는 한 술 더 뜨고 있으니 어찌 농업인들이 분노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농업인들이 할 말을 잃게 하는 DDA 농업협상 세부초안 대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우리 농산물은 살아남을 품목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정부 당국자들이 흘리고 있는 ‘개도국 지위를 얻지 못한다면’ 우리의 농업은 존폐위기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쌀은 수매보조금을 포함한 감축대상보조금을 2004년 1조4천900억원에서 2010년에는 5천960억원으로 대폭 줄여야 하고 쌀 수매제도는 사실상 폐지되고, 민족의 생명산업은 고사(枯死)하게 된다.

DDA 농업협상 선언문에도 나와 있듯이 ‘협상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정부는 총력대응과 분발을 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제발 선거 때 농업인들로부터 표만 얻고 약속 어기는 행위는 그만두자. 이제 선거는 끝났다.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가예산의 10%를 농업예산에 배정하고, 각종 직불제의 확대 및 단가의 현실화, 정책자금 금리의 1%대 인하, 개방화에 따른 농업피해보상지원법 마련과 의료·교육·복지를 위한 농어촌복지특별법 제정 등을 위해 총력대응을 해야 할 때다.

새 정부 또한 쌀 문제를 비롯한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비교우위론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이 아니라 농업·농촌을 살리는 해결을 기대하면서 우리 모두 “농촌은 도시의 어머니”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란 어린아이가 장성해서 출가한 지금 곱던 어머니의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고 넉넉하던 가슴은 쭈그러들었다.

이제 출가한 자녀들이 어머니를 보살펴 드려야 할 때다.
그렇듯이 도시가 어려운 농촌을 도와야 한다.
어려운 농촌을 이대로 두는 것은 어머니에게 불효를 저지르는 것임을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

이상배<국회의원.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영남일보 200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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